왜 앨범의 시작은 "부산"?
이 앨범의 시작은 부산이다. 무언가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마음에 사무치는 감정이 서려있다는 것이다. 여행은 항상 나를 사무치게 한다. 슬프게도 내 핸드폰은 부산에서 나왔다. 이전 핸드폰을 바다에 기부하고 왔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2022년 여름, 결혼하기 전 우리는 커플여행을 위해 부산으로 떠났다. 그리고 패들보트에 도전했다.
패들보트는 다른 동력없이 노를 젓는 스포츠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파도가 없는 곳에서 타기에 좋다. 파도가 없는 곳이란 어디인가. 그곳은 호수나 잔잔한 바다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패들보트를 탄 곳은 광안리 해수욕장. 남해이고, 파도가 강했다. 그리고 내 승부욕도 강했다.
처음 타는 패들보트 위에 일어서고 싶었다. 근데 패들보트의 규칙이 있다. 그것은 떨어질 거 같으면 점프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방수팩에 핸드폰을 넣어 목에 걸고 있던 나였다. 이 규칙과 나의 상태가 조합되었다. 나는 넘어질 거 같아 점프를 했고, 방수팩은 내 머리를 넘어 망망대해로 넘어갔다.
핸드폰을 잃어버리자마자 선생님께 찾아갔지만, 선생님의 한마디는 "지금쯤이면 저 광안대교 밑에 있겠네"였다. 그리고 바로 포기했다. 대신 승부욕이었을지 모르지만, 패들보트에서 일어나기 위해 더 난리를 쳤다. 그만큼 늘어난 건 바닷물 먹기 정도였다. 더블데이트의 여행이었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핸드폰 가게로 향했다. 그렇다. 이게 내 핸드폰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부산에 가면 "선어"를 먹어야 한다.
https://maps.app.goo.gl/pAVmMfDA34xJAB1E9
아픈 마음은 맛있는 음식으로 치유한다. 이제 새롭게 친구가 된 핸드폰을 들고 우리는 부산토박이 부장님께 추천받은 "선어마을"로 향했다. 선어회는 신선한 물고기의 회를 뜨는데, 손질한 형태에서 보관 유통하는게 특징이다. 0도 미만 저온에서 수 시간 ~ 24 시간을 숙성시킨다. 선어회는 주로 일본에서 먹는 형태이다.
처음 "선어마을"에 갔을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갔다. 가서 그냥 즐겼다. 때로는 너무 많이 알려고 하면 실행하기 주저하기도 한다. 선어에 대해서 알지도 못한 체로 그리고 그 자체를 즐기고자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선어마을로 향했던 것이다. 그리고 성공적이었다.
선어의 맛은 쫄깃하고 활어와는 다른 식감을 준다. 그 맛의 향연을 모두 적을 수는 없지만, 여행의 묘미라는 것은 이런 뜻하지 않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여행은 연애같다. 알면 알수록 애정이 생기고, 뜻하지 않은 공통점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부분도 있고, 그 안에 여러 우여곡절도 있다. 인생도, 연애도, 모든 것이 비슷한 플로우를 겪지만, 여행을 인생이라고 적지는 않고 싶다.
그 이유는 아마 연애라는 단어가 주는 애증의 느낌이 좋아서다. "연애"는 듣기만 해도 몽글몽글해지고 설레고 그리고 이상하게 뒷일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그런 힘을 준다. 우리는 여행과 연애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생과도 연애하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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